어머니는 인내하셨다.
한동안 부모로 물려받은 것들을 생각할 때가 있었다. 재산, 가르침, 성격, 유전자 등등 사람은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를 물려받는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내가 물려받은 것들 중에 하나가 인내심이라 생각된다. 내 인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느리지만, 포기 않고, 참으며 이어 나가는 건 아마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으리라 추측된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인내는 미련할 정도로 대단했다. 젊은 나이에 남편으로부터 배신을 당해도, 시어머니로부터 모함을 당해도,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고, 인내했다. 젊은 나이에 돌아서서,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그런 어머니는 인내하셨다. 그 미련할 정도로 어머니는 인내하셨고, 그것은 그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22. 12. 26.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
올해도 다 지나가고 있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면 아빠가 된다. 아빠가 된다니, 신기하고, 낯설기도,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두려워하는 이유를 나는 인지하고 있다. 내 아버지의 그늘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는 항상 집에 없었다. 내가 다 큰 성인이 되도록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 학창 시절 아버지의 직업란 채우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자리 잡은 장면 중 하나가 있다. 어머니가 동생을 등에 업고, 내 손을 잡고, 찾아간 그가 일하는 건축현장 나는 어렸지만 그때 부모님의 대화들로 어렴풋이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외도를 저질러,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었고, 생활비..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