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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를 큰 자라 불렀고, 동생은 작은 자라 불렀다.
어머니가 우리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건 집사람이 들어오고 나서다.
"아가, 큰 자가 말이다, 작은 자를..."
"큰 자. 작은 자 좀 불러봐라."
"큰 자.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냐? 아가에게 잘하거라."
이때부터 나와 동생을 더 이상 자식이 아니, 성숙한 어른으로 대우를 해주셨을 것이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라는 뜻에 그리 하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성격을 본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도리라 생각하셨을 것이 분명하다.
그 많은 시간의 학창 시절 중 수업 시간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 하시며 칠판에 '~다운"이라고 쓰셨다
그 국어 시간의 선생님의 글씨와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상황, 그 장면이 내 마음속에,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다.
그 시간이 머릿속,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어느새 그 '다운'이란 단어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정체성(?)이 바뀔 때마다 "~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자식다운, 형다운, 학생다운, 남편다운, 큰 자 다운 등등
우리는 많은 '~다운'을 가져보다 보면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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