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다 지나가고 있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면 아빠가 된다.
아빠가 된다니, 신기하고, 낯설기도,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두려워하는 이유를 나는 인지하고 있다.
내 아버지의 그늘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는 항상 집에 없었다.
내가 다 큰 성인이 되도록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
학창 시절 아버지의 직업란 채우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자리 잡은 장면 중 하나가 있다.
어머니가 동생을 등에 업고, 내 손을 잡고, 찾아간 그가 일하는 건축현장
나는 어렸지만 그때 부모님의 대화들로 어렴풋이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외도를 저질러,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었고,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놀음을 좋아했다 (음주가무를 즐겼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을 엄청(?) 좋아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소송을 걸어댔다.
그의 아내, 내 어머니에게도 말이다.
그러니 난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배울 건 없었다.
아니 무언가는 배울 생각 조차 해본 적도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자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자식이 생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이 한 번씩 깊숙이 자리 잡기도 한다.
그랬다 난 두려운 아들이자, 두려운 아빠였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이런 내 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래서 두려울 수 있다고, 그렇다고 두려워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그랬다. 아내는 나보다 훨씬 현명했다.
내 자식에겐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하고, 또 한다.
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를 이기려면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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