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큰 자 다운 라이프 스타일
큰 자 다운 큰 자

설마 잊혀지지 않겠지?

by 큰자 2022. 12. 13.
반응형

어느 쾌청한 날씨.

앞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어느 정자였던 거 같다.

어머니가 앉아 계셨고, 그 옆에는 외할아버지 도계셨다. 두 분 모두 아무 말도 없으셨다.

하지만 행복하고, 온화한 표정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가 들고 계신 새 하얀 잔에 막걸리 한잔을 따라 주셨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가 따라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드신다. 어머니가 술을 드시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다음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시며, 얼음이 반 정도 담긴 잔을 건네시고, 막걸리를 따라주신다.

어머니에게 처음 받아보는 술이다.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씩 웃으셨다.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흐르는 눈물방울들은 눈꼬리를 따라, 귀를 지나, 머릿속으로 들어가 베개로 스며들었다.

베갯잇이 축축해지도록 한참을 흘렀다.

 

사람은 자는 동안 많은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 많은 꿈을 잊기도 한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꿈도 있을 테지만,

잊고 싶지 않은 꿈들도 있다. 내가 꾸었던 어머니의 꿈처럼 말이다.  

 

설마 잊혀지지 않겠지 하며, 의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잊힐 수도,

어쩌면 꿈의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잊혀지진 않아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흐릿해질 수도 있다.

 

지난 2년간 어머니에 대한 꿈을 몇 번을 꾸었지만, 그 꿈들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다.

아직 많이 흐릿해지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아니 어쩌면 그 꿈들의 기억이 왜곡되어 남을 수도 있다. 

 

더 잊히기 전에,

더 흐릿해지기 전에, 

더 왜곡되기 전에,

남겨놔야겠다.

 

반응형

'큰 자 다운 큰 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는 인내하셨다.  (0) 2022.12.26
두려운 아들, 두려운 아빠  (2) 2022.12.25
큰 자 다운 큰자  (2) 2022.12.22
우리 마음속엔 얼음이 있다.  (6) 2022.12.21
얼마가 필요하니?  (1)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