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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쾌청한 날씨.
앞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어느 정자였던 거 같다.
어머니가 앉아 계셨고, 그 옆에는 외할아버지 도계셨다. 두 분 모두 아무 말도 없으셨다.
하지만 행복하고, 온화한 표정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가 들고 계신 새 하얀 잔에 막걸리 한잔을 따라 주셨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가 따라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드신다. 어머니가 술을 드시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다음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시며, 얼음이 반 정도 담긴 잔을 건네시고, 막걸리를 따라주신다.
어머니에게 처음 받아보는 술이다.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씩 웃으셨다.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흐르는 눈물방울들은 눈꼬리를 따라, 귀를 지나, 머릿속으로 들어가 베개로 스며들었다.
베갯잇이 축축해지도록 한참을 흘렀다.
사람은 자는 동안 많은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 많은 꿈을 잊기도 한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꿈도 있을 테지만,
잊고 싶지 않은 꿈들도 있다. 내가 꾸었던 어머니의 꿈처럼 말이다.
설마 잊혀지지 않겠지 하며, 의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잊힐 수도,
어쩌면 꿈의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잊혀지진 않아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흐릿해질 수도 있다.
지난 2년간 어머니에 대한 꿈을 몇 번을 꾸었지만, 그 꿈들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다.
아직 많이 흐릿해지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아니 어쩌면 그 꿈들의 기억이 왜곡되어 남을 수도 있다.
더 잊히기 전에,
더 흐릿해지기 전에,
더 왜곡되기 전에,
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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