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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음력으로 날짜가 궁금해졌다.
음력을 확인하고 난 그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울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날뻔했다.
어느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빼먹지 않던 어머니의 생신 날이었는데,
어머니께 다정하지는 않았어도 때가 되면 연락하고, 찾아뵈려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잊혀버린 모양이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빨리 잊힐 수가 있지?
아니 잊히기보다는, 새로운 날이 업데이트되었다고 해야 맞을 듯하다.
인간의 뇌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놀랍다.
떠나시고 나니 생일은 바로 잊히고, 기일을 대신 기억할 수가 있나?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긴 했었다.
따르던 은사님의 생신은 잘만 기억했는데,
은사님이 떠나시고 나니 다음 해부터 생일 대신 기일이 기억에 남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어머니의 것을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어찌 보면 망각보다는 새로운 기억으로 예전의 기억이 덮어 씌워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생일 대신에 기일로 업데이트되는 게, 그게 순리라 생각이 들지만,
생일이 기일로 업데이트되어 잊힌 것처럼 느껴진다는 건, 그건 망각보다 더 괴로운 일 일 것 같다.
나처럼 어느 순간 우연찮게 덮개를 열었는데 그 기억이 생각이 난다면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잊힌 것보다는 덮고 사는 게 다행일 수도 있다.
가끔씩 우연찮게 열려 이렇게 추억을 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내심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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